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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타리 주택.jpg

한울타리 주택

location : Geumjeong-gu, Busan

program : a private house

structure : light weight wood structure

photographs : Yoon, joonhwan

적은 예산으로 좋은 집을 짓고 싶은 네 가족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다.

요즘 대한민국은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 과연 집이란 무엇인지 또한 좋은 집이란 어떤 것인지 여기 네 가족의 삶을 닮은 집짓는 이야기를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모두 개인이 비슷비슷한 성격이 아니듯이 누구나 남이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방이 있다.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나를 진정 되돌아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만 꺼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외의 것은 필요한 실의 구성, 공사예산 등의 이유로 적당한 수준에서 조각을 맞춰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나를 위한 공간과 가족을 위한 공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품에 안은 집의 풍경은 가족의 삶을 담을 것이다.

​설계 초기 그들의 캐릭터를 이해하고자 설문지를 만들고, 집을 설계하는 과정을 이해시키고자 각각 책 10권씩을 사서 나눠드렸다. 집의 설계는 설문지의 질문을 만드는 것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내용인즉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생각과 가족을 위해 만들어 주고 싶은 집은 어떤 것이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질문은 추상적이면서도 회상적이지만 답변은 아주 구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설문지를 구성하였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은 집은 필요로 하지만 정작 무엇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단지 가지고 싶은 소유욕구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관념적 공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울타리 집짓기는 적은 예산과의 전쟁보다 기존관념과의 무수한 싸움이 가장 힘들었던 과정이었고,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그들의 삶에 잘 맞는 공간은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차이와 화합

하나의 대지에 4채의 집을 짓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들의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보다 캐릭터를 끌어내는 것이 더 어려웠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의 대한 이유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와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설문을 통해 캐릭터를 풀어내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소유하고자 하는 공간과 진정 필요한 공간을 구분하고자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들은 그들이 고정된 관념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런과정을 통해 건축주들은 관념적인 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였고 세상에 하나뿐인 그들의 집을 지어갔다.

그러나 하나의 대지에 4채라는 과도한 업무량보다 더 큰 걸림돌이 있었다. 그것은 경제적 차이로 인한 집의 차이가 자녀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것이란 우려였다. 4채의 집 예산은 1억 초반에서 1억 중후반 사이였다. 1억 초중반대의 비슷한 가격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 5천만원의 격차는 크나큰 경제적 규모였다. 그래서 설계초기에 경제적 차이가 공간의 차이가 되지는 않는다고 위로하고 설득하여 4채 모두다른  캐릭터를 갖춘 집으로 계획하였다. 캐릭터에 집중할수록 독특한 공간이 완성되어 갔고 이런 공간의 차이는 자본의 논리로 구분될 수 없는 다양한 공간들의 화합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이 4채의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한울타리라 이름 지었다.

​경제적 차이가 공간적 차별로 귀결되면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위로를 건넨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프로젝트였고, '싼 재료가 싼 공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위로의 한마디가 그들의 마을을 움직였다. 경제적 차이와 공간의 차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캐릭터에 맞춘 공간의 차이는아이들에게 다양한 놀이터가 될 것이고 그 집들이 모여서 이루는 조화는 진정한 화합의 공동체가 되는 바탕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평상풍경집

 

K씨 주택은 다른 집에 비해 저예산인 점과 자연과의 교감을 필요로 하는 요구가 설계의 시작점이었다. 일단 저예산이라도 기본적인 살림집의 기능은 충족시켜야 했기에 가장 작은 체적에 가장 넓은 평면을 갖는 형태를 구상하였고, 다른 세집의 크기와 동등한 체적의 단순한 외피를 덧씌워 저예산으로 인해 집이 작아 보일 수 있음을 탈피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살림집과 외피가 결합하면서 남게 된 공간은 평상과 수목식재를 통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으면서 집의 가장 중심적인 공간이 되었다. 내외부의 접점에 위치한 이 중심적인 공간이 협소한 내부공간의 한계를 심리적으로 확장시켜 주리라 기대한다.

정희네집

주말부부인 건축주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주말에 특히 사용빈도가 높은 공간을 응집하여 집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대상으로 삼았다. 본 주택은 5~6년 후 매매를 염두에 두어야했기에 내부공간은 다소 평범한 구조가 되었지만 응집된 공간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게끔 계획하였다.

​그리고 건축주가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한 부분은 욕실이었다. 그들은 햇살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며 욕조에 몸을 담그고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이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법적으로 경사지붕을 해야 하는 제약조건을 경사진 천창으로 활용하고 응집된 공간의 조형적 표현으로 인해 생긴 베란다 쪽에 큰 창을 두어 요구조건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민서네집

건축주는 집 안에 다리를 만들어달라는 독특한 요구를 하였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는 경험이 곧 공간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과 독특한 공간을 소유하고 싶은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집 안의 다리는 큰 빈 공간을 가져야 했기에 예산상의 문제로 다른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사지 지형을 이용하여 스킵플로어방식으로 구성하고, 이로 인해 생기는 세 개의 계단을 다리의 대체요소로 삼고 디자인하였다. 하지만 다리와 대체된 계단은 구체적인 다른 실들과 연계되면서 공간의 경험이란 측면이 다소 약화돼서 천창이 있는 중정을 배치하고 계단과 관계시키면서 경험의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악동이네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집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는 아주 흥미로웠다. 설계는 말랑말랑에 대한 해석에서 시작하였다.

말랑말랑한 공간이란 무엇일까?

첫째 물리적인 공간의 가변성, 둘째 장소적 위치에 따른 공간영역의 변화, 셋째,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환경인자에 따른 정서적 변화, 넷째 고정관념의 틀에 박힌 공간이 아닌 유연한 사고를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석하였다. 우리는 이 중 네 번째 해석을 바탕으로 말랑말랑한 공간의 재미는 사용자의 사고가 말랑말랑해야 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주택에서는 거실의 필요성이 없었고, 방은 하나로 규정될 이유가 없으며 기능을 넘어선 공간의 역할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의 방은 하나인 듯 둘이 되도록 하였고, 서서 이동하는 공간과앉아서 이야기하는 장소를 결합하여 평상 같은 계단참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간 및 장소는 사용자의 관점에 따라 공간적 의미가 달라지고, 한정되었던 공간의 역할이 확장되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집에서 각 실들이 가진 기본적인 관념을 탈피하고 다가선다면 흥미로운 공간의 경험과 더불어 사고가 말랑말랑해지는 과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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