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리 주택은 젊은 건축가가 으레 마주하게 되는 저예산 프로젝트 중의 하나다.
이미 기존에 샌드위치 패널의 경량철골조로 건축신고가 된 소규모 별장인데 건축주는 저예산이지만 잘 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대지는 건축주의 할아버지가 터를 잡은 지 100년이 넘은 집안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였다.
현 건축주는 이 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대지에는 예전의 전통가옥 주춧돌과 디딤돌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수령이 100년이 넘은 동백나무가 이 터를 지키고 있었다. 별장의 계획 조건은 방1개와 거실 및 주방, 화장실 정도이고 예전 가옥의 주춧돌과 디딤돌을 보존하고 동백나무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현 대지는 별모양 같은 비정형인데다가 남쪽으로 2미터정도의 석축과 흉물스런 창고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약 100평의 대지에 10평대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쾌적하지 못한 대지에 집이 홀로 외로이 서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우리는 역사적인 장소성을 가진 대지를 아낌없이 재생하고 수령 110년의 동백나무와 즐겁게 마주하면서 디딤돌과 주춧돌에 새겨진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싶었다.

우리는 여기서 장소성이 리부트*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가장 단순하고 저렴한 방법인 3미터 모듈의 격자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흔적의 기억과 새로운 기억들이 만나면서 장소가 가진 역사가 새로이 쓰이게 될 거라 기대하였다.
*리부트(Reboot)는 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처음부터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이미 기존의 집이 사라진 상태라 복원의 가능성을 버리고 장소가 가진 기억과 다시 지어지는 집의 관계를 새로이 정의한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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