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팔콘
location : Jung-gu, Ulsan
program : Multiple dwellings House
area : 204.84 m2
structure : reinforced concrete structure
structure engineering : (주)유진구조이앤씨
construction : 아텍건설
photographs : Yoon, joonhwan

건축가에게 집 설계를 맡기면 보통 독특하고 재미있는 공간을 요구한다. 그 요구는 집 짓는 설렘의 표현이자 평면적인 아파트에서 살아온 것에 대한 일종의 해방감에서 나온 것이다.
서동 팔콘 주택은 이 두 감정(설렘과 해방감)이 섞여있다. 아파트의 삶을 청산하고자 하는 언니네와 신혼의 삶을 시작하는 여동생이 함께 지은 두 가구주택이기에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두 자매 가족들이 요구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직접적이진 않았지만 집 짓는 설렘의 흔적이 설문지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 흔적들을 찾아가다보니 방들은 아지트가 되어야했고 주방은 편리함과 부러움 중간에서 욕심을 내야만 했다. 이 별개의 내용들을 어떻게 잘 연결할 지가 핵심적인 숙제라고 판단하고 계단실과 스킵플로어를 적용해 공간 구성측면에서 재미있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풀어나갔다.
중간이 비워진 정사각형태의 계단실은 삼면의 공간과 연결되는 스킵플로어가 가능하여 다양한 높이에서 실들이 연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계단실 중간이 비워진 덕에 위아래 공간이 탁 트여서 좁은 거실을 넓게 느끼게끔 할 수 있었고 스킵플로어방식으로 각 실들이 보다 가깝게 연결되다보니 층의 구분이 사실상 모호해져서 숨바꼭질이나 잡기놀이를 하면 술래가 힘들어지는 공간구성을 만들 수 있었다.
보통 집짓기 설문을 시작해보면 아들과 농구를 해야 하는 아빠는 마당을 포기할 수 없고 동시에 엄마는 고급 진 넓은 주방을 바라는 다소 반대되는 조건들이 즐비하다.
가족 구성원들의 요구조건은 복잡 다양하고 예산이나 면적은 한계가 명확하니 이 접점을 잘 오고가야하는 건축가의 해답은 가성비 최고의 계획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주택은 법적 용적률을 넘어서 발코니확장과 다락에 이르는 한계치까지 면적으로 모두 사용하고 예산 또한 절감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두가구 주택은 일반적으로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면서 외부 마당이 좁아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층 면적을 줄이고 남은 공간을 필로티 구조로 계획하였다. 필로티 덕에 마당도 넓어졌지만 그 아래는 그늘도 많이 생겨 활용도가 높아졌다. 단독주택에서는 비나 햇빛을 피해 사용할 수 있는 그늘진 공간이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필로티 구조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구단위계획 주거단지들은 법적으로 담장을 못하기 때문에 마당이 도로에서 훤히 들여다보일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필로티 아래 마당을 도로보다 1미터 높이고 그 부분에 울타리나무를 식재하는 방법으로 마당의 사생활을 보호하였다.
두가구주택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세대 간 맞붙은 벽을 통해 소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층 평면에서 세대 중간을 비운 도넛모양의 형태로 설계하여 세대 간 맞붙은 벽을 최소화 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실의 채광과 통풍에도 상당히 유리하게 되었다.
지구단위계획의 주거단지에는 대부분 경사지붕을 법적으로 정해져놓았다. 두 가구주택에는 용적률을 다 사용하고도 면적이 모자라서 다락을 필수로 사용해야했는데 이 경사지붕이 문제였다. 도넛모양의 사각형 형태에서 경사지붕이 다소 생뚱맞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지붕의 경사를 다소 복잡한 형태로 만들어서 해결했는데 이 지붕 때문에 우주선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집 이름이 ‘서동 팔콘’이 되었다.
물론 스타워즈의 ‘팔콘’과는 형태가 다르지만 우주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팔콘’인 점도 있고 ‘서동 팔콘’이란 단어가 입에 착 붙는 이유도 있었다.
두 자매 건축주는 취향이 분명하게 달랐다. 언니는 어두운 바닥재, 동생은 밝은 바닥재, 언니는 1층에 주방, 동생은 2층에 주방, 안방을 도로 쪽에 배치한 언니와 다르게 동생 집은 도로 반대편 깊숙이 안방을 배치하였다.
취향에 대한 존중은 당연한 것이나 이 취향은 삶의 패턴이 다른 점에서 기인한 것이라 최대한 반영해주고자 노력하였다.
전업주부와 맞벌이 삶을 각각 살고 있는 두 자매는 이렇게 서로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지만 외부공간을 사이좋게 나눠서 사용하는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요구사항과 환경적인 제약은 건축가에게 늘 주어지는 시험문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5지선다형의 객관식이 아니라 늘 주관적인 답을 써야하는데 그게 해답인지 오답인지는 살아본 건축주가 잘 안다.
시공과정에서 예산의 초과와 시공기간의 연장에 따른 피로감으로 불편한 감정들이 노출되기 마련인데 몇 달 살고 난 이후에 찾아뵌 건축주의 얼굴에선 집짓기하기를 잘했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건축가에게 이보다 더한 보상이 있을까. 그 간의 설움과 불편한 감정들은 그 모습에 눈 녹듯 사라지고 언제든 놀러오라는 인사말에는 왠지 모를 미안함도 느껴졌다.
시험답안지 제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 짓고 나면 좀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엔 남겨지는 것 같다.









